대진망국기 <7> 임제성의 비극 공국 문화부 직할 역사연구소

<장량의 복국운동>

회왕이 즉위한 후 장량은 항량을 찾아갔다. 그는 항량에게 다음과 같이 유세하였다.



- 초한전기에 등장한 장량의 모습. 참고로 이 배우는 신삼국에서 노숙 역할이었다. -

“군께서 이미 초나라 후예를 세우셨으니 한()나라의 여러 공자들 중 횡양군() 한성()이 어질다 하니 왕으로 세워 함께 할 세력을 늘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항량이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진나라 타도를 위해선 동맹군이 많이 필요했다. 거기다 한나라의 땅이면 진나라의 후방에 가까우니 후방에서 한나라 부활을 외치는 세력이 나타나서 난리를 치면 진군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 뻔했다. 거기다 부탁하는 사람이 형제인 항백의 은인이기도 했다. 당연히 항량은 이를 승낙했다.

항량은 곧 횡양군 한성을 한왕으로 삼고, 장량을 한나라의 사도로 봉한 뒤 천여명의 병력을 주어 옛 한나라 땅을 공략하게 했다. 이 군대는 한동안은 여러 개의 성을 점령하였지만 원체 옛 한나라 땅이 진나라 한복판에 있었던 지라 곧 해방시켰던 성을 모조리 빼앗기고 영천(지금의 허난성 쉬창시 일대) 일대에서 유격전을 벌이는 처지가 됬다. 

<구원 요청>

항량이 막 무신군이 되고 미심이 회왕이 된 지 얼마 안 됬을 무렵, 우이에 사신이 찾아왔다. 사신은 바로 위나라의 재상이었던 주불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진군이 위나라를 공격, 위왕 위구가 있던 임제(허난성 카이펑 인근)를 포위했다며 구원을 요청했다. 거기다 그는 그 군대를 이끄는 장수가 놀랍게도 장한이라고 전하였다.

위나라는 초나라와 풍읍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 유방이란자가 이끄는 자그만 세력의 영토를 취했다가 그 유방이란 자가 항량에게 복속하는 대가로 병력을 빌려서 풍읍을 다시 점령했던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휘하 장수들로 하여금 여러 지역을 공격하게만 할 뿐 한동안 조용했던 장한 본인이 직접 이끄는 군대가 나타난 시점에서 그런 예전의 갈등은 사소한 문제였다. 그래서 위나라는 직접 재상인 주불을 초나라에 보내 구원을 요청하게 했다. 또한 제나라에도 사신을 보내 지원을 요청하였다.

초나라나 제나라 모두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위나라가 망한다면 장한이 이끄는 강력한 진나라 군대가 다음 목표로 자신들을 삼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초나라의 실권자 무신군 항량은 자신의 친척인 항타를, 제나라는 국왕인 전담이 직접 자신의 동생 전영과 함께 위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출전하였다. 

<임제성의 비극>

그렇게 위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온 초,제의 연합군은 주불과 함께 임제성 밖에 진을 쳤다. 이들의 목표는 당연히 장한이 직접 이끄는 진나라 군대의 포위에서 임제성을 구원하는 것이었다. 장한 입장에선 이들은 임제성을 공격하는데 껄끄러운 존재들이었다. 성 안의 병력과 호응하여 자신들을 협공하기 전에 조치할 필요가 있었다.


- "야간기습이다. 이것이 나 장한의 특기이다!" -


본래 장한은 상대의 의표를 찔러 기습하는 것에 능한 장수였다. 그는 일단 성 밖에 있는 구원병력들부터 끝장내야한다고 생각하고 밤에 병사들에게 하무(1)를 물려 소리를 낼 수 없게 한 후 제,초의 구원군이 있는 진영을 급습했다. 

급습은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갑작스런 기습에 제, 초의 군대는 처참하게 전멸해버렸다. 제왕 전담과 위나라 재상 주불은 진나라 군대의 창칼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항타는 겨우 목숨만 건져 초나라로 도주했고, 전담의 동생 전영 역시 겨우 목숨만 건진 후 패잔병들을 모아 동쪽으로 도망쳐야했다.

해가 뜨고 구원군이 모조리 몰살당한 걸 알게 된 위구는 절망하였다. 이제 구원의 희망은 없어진 것 같았다. 위구는 결국 장한에게 백성들을 위해 투항하겠다고 말하였다. 장한은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위구는 임제성의 성문을 열어 투항하였다. 하지만 그 자신은 진나라의 포로가 되는 것을 치욕으로 여겼는지 분신자살하였다.


- 위표. 위구의 동생이다. 형에 비하면 딱히 변변치 못했던 인물이었던 것 같다. -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위구의 동생 위표가 성 밖을 몰래 빠져나왔다. 그는 초나라로 망명하였고 초나라의 식객이 되었다.

<동아에서 만회하다.>

임제성의 비극, 그리고 그로 인한 위나라의 멸망에도 항량은 좌절하지는 않았다. 그는 유방의 군대와 함께 항보(지금의 산둥성 지닝시)를 공격하였다.(2) 그 때 다급한 구원요청이 항량에게 도달했다. 요청을 보낸 자는 전담의 동생 전영이었다.  





- 용저. 초나라의 장군 중 한명이다. 항우가 믿었던 인물 중 하나로 저돌적인 성격이 강한 멧돼지 같은 인물이었다. -



임제성의 참패 이후 전영은 패잔병들올 모아 동쪽으로 도주했다. 하지만 장한이 이들을 끈질기게 추격해 동아(지금의 산둥성 랴오청시 둥어현)에서 이들을 포위했다. 항량은 사마 벼슬에 있는 용저와 함께 동아로 달려가 장한의 군대와 교전을 벌였다.

이 교전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반란군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자랑했던 장한의 군대가 항량의 군대에게 크게 패배한 것이었다. 장한의 군대는 꽁지빠지게 도망쳐야했고 항량의 위엄은 드높아졌다. 진나라의 정예 병력을 격파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후 항량은 이 기세에 진나라가 점령한 하남 일대의 성읍들을 한번에 싹 쓸어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는 조카인 항우와 유방에게 별동대를 이끌고 성양을 공격하라고 지사하였다. 이 조치로 인해 초나라의 병력은 두 갈래로 갈라졌고, 항량 자신이 이끄는 본대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제나라의 분란>

한편 전담이 죽었다는 소식이 제나라에 전해지자 제나라는 마지막 왕이었던 전건의 동생 전가를 새로운 왕으로 세우고, 전씨 일족에 속한 전각을 재상에, 전각의 동생인 전간을 장군으로 삼았다. 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혼란스러운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전담의 동생인 전영 입장에선 멋대로 왕을 세운 셈이니 황당할 노릇이었다.


- 자기 없는 사이에 제나라에서 벌어진 일을 본 전영의 심정 jpg. -

전영은 동아성의 포위가 풀리자마자 재빨리 제나라로 돌아갔다. 그래서 전가를 몰아내고 형의 아들인 전불을 왕으로 옹립하고 제나라의 실권을 장악했다. 전가는 초나라로 도망쳤고, 마침 조나라에 있던 전간은 조나라에 그대로 머물러야했다. 전각은 동생이 있는 조나라로 도망쳤다. 전영 입장에선 이들은 자신과 전불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분자였다.

한편 항량은 장한의 병력을 완전히 끝장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조카 항우와 유방에게 별동대를 주어 보냈으니 병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는 조나라와 제나라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전영은 이렇게 답했다.

 “초로 하여금 전가를 죽이게 하고, 조로 하여금 전각과 전간을 죽이게 한다면 바로 출병하겠다”

하지만 회왕이나 항량이나 망명한 손님을 죽이는 짓은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고 여겼다. 조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영은 분노하여 "독사에게 손이 물리면 손을 자르고 발이 물리면 발을 자르는데 이는 몸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전가, 전각, 전간은 모두 초나 조에게 중요하지 않은 자들인데 왜 죽이지 않느냐!"며 길길이 화를 내고 출병을 거부했다. 

이 조치는 곧 초나라에 큰 사건이 일어나게 하는데 영향을 끼쳤고 제,초 양국 사이의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아직 전영도 항량도 그 사실을 몰랐다.



(1) 재갈의 일종

(2) 조상국세가에 조참이 항보를 공격했을 때 가장 먼저 성에 올랐다는 문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