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식 교육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혹은 의문들 공국 문화부 직할 역사연구소

뒤늦게 우울해님이 쓴  글 중 스파르타 교육에 대한 글을 봤습니다. 예. 바로 http://cafe.naver.com/historygall/61611 요 글이죠.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게 봤고 괜찮은 글이긴 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 글을 본 김에 스파르타와 관련된 제 생각을 대강 나열해볼 생각입니다.

일단 종교적이라는 부분에 대해선 일정 수준 이상 공감이 갑니다. 확실히 찬찬히 뜯어본다면 우울해님 말대로 종교적인 구석이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군사보단 종교라기엔 지나치기 힘든 점들도 꽤 보입니다. 제가 스파르타의 교육에 군국주의적 요소도 분명 강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들이 3~4가지 정도 있습니다. 

첫째. 아이들을 걸러내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기록들에 의하면 스파르타는 신생아들을 검사해서 약한 아이다 싶으면 버리는 것으로 묘사되어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을 버린다보다는 인신공양의 개념이긴 하지만 페니키아에서 신생아를 인신공양하는 관습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기록의 맥락들을 볼 때 약한 아기들을 걸러내는 부분은 종교적 의미의 인신공양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이는 오히려 군국주의, 전사 교육의 일환에 더 가깝다고 봐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둘째. 여성들의 운동입니다. 스파르타는 여성들도 운동을 시킨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다른 폴리스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죠. 그 이유는 여성들이 튼튼한 아기를 낳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폴리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여성들의 운동이나 그 이유 역시 전사를 키우기 위한 성격이 강하게 보입니다.

셋째. 집단 합숙 및 공동 식사입니다. 집단 합숙이나 공동 식사는 현대 병영생활의 그것을 연상시킵니다. 전우애를 고취시킬 목적, 그리고 군인은 거의 필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공동 생활에 익숙해지게 할 목적으로 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소량의 식사란 변수가 있기는 합니다. 이는 분명 군인 양성에는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점도 있으니까요. 다만 19세기 영국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음식들을 제한시키라는 황당한 소리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의심을 해봅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군사쪽으로 생각하는 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일단 소위 스파르타식 교육이 종교적인 요소가 강할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하는 바이나 뭔가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걸 종교적 요소로써의 고행이라고 가정을 했을 때 다른 타 폴리스, 그러니까 같은 제우스 및 올림포스의 신들을 섬기는 그리스 문화권 내에서 이 정도까지의, 무려 인도의 수행자들을 연상케하는 이런 류의 고행을 했다는 이야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엘레우시스 밀교쪽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 쪽 자료들은 확인을 못 해서 뭐라고 하긴 힘들군요. 

아. 물론 스파르타 교육이 종교적 요소가 강할 거란 가능성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닙니다. 사실 저도 어느정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고 기록들을 볼 때 분명 스파르타는 좀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종교적인 성격이 강해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종교적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해봐야 합니다. 

다만 스파르타의 교육과 관련되어 군국주의와의 관련성은 없어보일 수 있지만 종교적인 것과 관련되어 두 가지 좀 궁금한 게 있긴 합니다.

첫번째는 도둑질입니다. 사실 이건 고정관념일수는 있지만 종교적 의식이라고 보긴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스파르타도 도둑질 자체는 범죄로 처벌했고, 그 이전에 도둑질은 많은 문화권에서 금기시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둑질을 시켰다는 것은 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두번째는 체벌인데... 일단 제가 찾은 기록들도 신체단련의 목적이라고 되어있더군요. 근데 확실히 체벌이 신체단련의 요소라긴 힘든 구석이 있는데... 18세기 전열보병들이나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구타 같이 소위 군기 확립 목적의 체벌과 유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장담하긴 힘듭니다. 당시 스파르타에 대한 기록들은 이런 행위가 신체단련의 목적이라고 기술하고 있기도 하고 분명 때리는 것에 종교적인 요소가 있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단 제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했습니다. 뭐 사실 대강 자료들 검토해보고 판단해봤는데... 고대 그리스 기록 대부분은 그 출처가 아테네인데 분명 아테네쪽이 과장하거나 다른 폴리스들 비하하는 감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기에는 테베나 아르고스나 올림피아나 델포이, 코린트 같은 다른 숱하게 많은 폴리스들과 구분되는 '스파르타'만의 특이한 관습들이 너무 많이, 자세하게 기록되어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단순히 비하의 목적이라기엔 너무 유별나게 자세하게 기록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여튼 꽤 복잡합니다. 고고학 발굴 결과로는 또 다른 게 나왔다는 모양인데 제가 이것까지는 확인해보지 못 했습니다. 사실 그런 점에서 소위 스파르타식 교육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하게, 자료들을 좀 더 모아서 접근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덧글

  • 까마귀옹 2016/11/06 16:16 #

    링크 연결이 끊어져서 원글이 무슨 글인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도 스파르타식 교육은 군국주의 요소가 중심인 것 같습니다. 굳이 종교적인 요소라면 그건 합리화의 수단으로서의 측면이 아닐까요?
  • 로자노프 2016/11/06 18:10 #

    원글은 잘 알려진 스파르타 교육의 특징, 맨발 및 단벌 생활, 체벌, 금식이나 소량의 식사, 도둑질 등은 군사적인 요소라고 보긴 힘들고 오히려 종교적인 역할 아니냐고 하는 내용입니다. 오히려 아고게에서 무술을 단련한다는 식은 스파르타보단 아테네에서 발견된다는 내용도 있고요. 제가 볼 때는 확실히 도둑질이나 단벌, 맨발은 군국주의적인 요소라고 보긴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거기에 도둑질 빼면 확실히 종교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고요.
  • 2016/11/06 17:16 # 삭제

    원글은 역개루 회원이 아니라 못 봤지만 종교적인 요소는 애초에 고대그리스 어디든지 동일하고 군국주의로 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 로자노프 2016/11/06 18:10 #

    그러기엔 스파르타식 교육이 확실히 고행을 연상시키는 면이 강한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물론 이런 인도 수행자들을 연상시키는 고행이 다른 그리스 지역에선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요.
  • 대공 2016/11/06 18:22 #

    신화가 끼어있을 수도 있겠군요
  • 로자노프 2016/11/06 20:32 #

    일단 저 스파르타식 교육의 시초인 리쿠르고스 개혁의 주인공 리쿠르고스가 반쯤 이상은 전설의 영역이긴 하죠.
  • 지나가던과객 2016/11/06 22:04 # 삭제

    소수의 지배층이 다수의 피지배층을 지배할려니 소수정예에 있는 인력을 활용하다보니 초창기의 의미가 있는 관습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를 잊고 그냥 전통처럼 내려왔을수도 있지 않을까요?
  • 로자노프 2016/11/06 22:13 #

    의미를 잊었다기엔 메세니아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건이 있어서요.
  • ??? 2016/11/07 02:39 # 삭제

    식사의 문제는 종교적인 의미가 있을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단 열악한 보급으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에서 온것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구타, 체벌도 그런 동네서 흔히 보이는 정신론의 연장선상인것 같은데요. 도둑질도 일종의 특수부대적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그리고 범죄 내지 그에 아슬아슬하게 근접하는 일탈 행동들을 상류층 자제들에게 일시적으로 허락하는건 의외로 여러군데서 발견됩니다. 로마에서도 그런게 있었다고 하고, 신라의 원화-화랑도 좀 그런 분위기가 있죠. 별로 상류층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해병대도 소위 '깽판'을 자랑스런 전통, 무용담으로 취급하는게 있고.......
  • 로자노프 2016/11/07 13:55 #

    도둑질은 깡을 키워주는 목적으로 한 모양이긴 합니다.
  • ㅁㄴㅇㄹ 2016/11/07 22:18 # 삭제

    그러고보니 스파르타인들은 전쟁 이회의 여행을 극도로 꺼렸다던데, 타란토는 어떻게 건설했는지 모르겠네요.
  • 로자노프 2016/11/07 22:57 #

    일단 기록만 보면 스파르타에서 어쩌다 대량으로 생긴 사생아들을 처리하려고 별 수 없이 건설한게 타란토라고 하더군요.
  • Dust 2016/11/24 20:53 # 삭제

    근데 저 체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스파르타가 아니라 훗날 로마 하의 펠로폰네노스 반도 도시국가 1로 전락한 시절에 등장한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주장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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