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블로그의 남침유도설에 대하여 공국 문화부 직할 역사연구소

얼마 전 잡담글 올리면서 여기서 가끔 언급한 네이버의 모 블로그에서 남침유도설을 이야기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그 블로그야 다들 잘 아실 것이고, 꽤나 명성(?)이 자자한 블로그이기도 합니다. 저도 부정적으로 꽤나 여러 번 언급한 블로그죠.

근데 여기서 쓴 글 중 하나를 보니 남침유도설이 나오네요? 일단은 그냥 단순 설명이라고는 하는데... 뉘앙스도 그렇고 수상한 냄새가 풀풀 납니다. 더군다나 주요 근거는 누군가의 친구님이 신나게 깐 칼날박사의 책. 뭐 사실 저 글 자체는 그 양반 특징 상 다른 부분에서도 깔 것이 넘치지만 이번엔 그런 건 모조리 다 무시하고, 남침유도설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해당 블로그에서 남침유도설에 대해 그 근거(더 정확히는 한국전쟁의 수상한 점이라고 함)가 무엇인지 한 번 봅시다. 이게 총 4가지인데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은 왜 평소에 한국에 군사원조를 하지 않았나? 무기가 쓸데없이 넘쳐났는데? 

2. 왜 미국은 그토록 빨리 6.25전쟁에 참여할 수 있었는가?

3. 미국은 왜 스미스 부대란 허접한 부대를 보냈는가?

4. 북한에 왜 사전 경고를 한 번도 하지 않았나? 

자! 이것을 한번 분석해볼까요? 

 1. 사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군사 원조가 영 그랬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죠. 문제는 한국에 군사적 지원을 안 한 이유는 사실 그 블로그에서도 언급한 건데 "이승만이 북진할까봐!"였습니다. 실제로 이승만은 한국 내 정치적인 문제에 활용할 목적이나 미국의 지원을 조금이라도 얻어낼 심산으로 허구한날 북진을 외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솔직히 한반도 등 동아시아보다는 유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장 베를린 봉쇄와 그걸 엿 먹이기 위한 대규모 공수작전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이런 상황에서 동아시아에서 사고가 나는 걸 미국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기 지원을 잘 안 해준 겁니다. 뭐 아주 안 한 건 아니지만요. 

다만 혹시나 해서 보론으로 언급하자면, 57mm 대전차포라는 대전차무기는 나름 공급을 해주었습니다. 문제는 이게 이미 2차대전 당시에 문제가 많다고 평가되던 놈... 그런데 더 골때리는 건 미국이 줄 수 있는게 그것 뿐이었습니다. 57mm 대전차포보다 업그레이드 된 게 두개 모델 정도였는데 하나는 너무 무겁고 불편해서 어느 나라도 원하지 않던 물건이고, 다른 하나는 쓸만하기는 했는데 200문밖에 없을 정도로 워낙 수량이 적어서 미국군 수요에 맞추기도 힘든 놈이었습니다. 보병용 휴대용 대전차무기는 더 심각해서, 티거 잡으려고 만든 슈퍼 바주카 개발은 끝나기는 했는데, 완성 전에 2차 대전이 끝나는 바람에 생산도 6.25 터지고나서야 시작됬습니다... 

 2. 미국이 빨리 개입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고려할 게 있습니다. 2차대전이 언제 끝났죠? 그리고 일본이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미군정에서 벗어난게 언제죠? 1952년이지요. 예... 답 나옵니다. 당시 일본은 미군정의 통제를 받고 있었습니다. 한국 바로 옆인 일본에 미군이 득실득실대는데, 당연히 빨리 개입할 수 있죠. 결정 나오는대로 말입니다. 

 그리고 해당 블로그에서는 그 당시 국제연합이 미국의 영항력 하에 있었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주인장의 견해이기도 하고요. 뭐, 그러니까 국제연합에서 신속하게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이겁니다. 근데 말이죠. 국제연합이 미국 똘마니라는 건 참 이해가 안 됩니다. 1945년에 국제연합을 만들 때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선출된 나라에는 소련이 있었습니다. 안보리의 권한을 생각해보면, 그 소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거기에 소련은 자기 밑의 두개 나라, 즉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도 가입시켰습니다. 실질적으로 소련은 3표나 행사했던 겁니다. 거기에 동유럽 표도 무시하면 곤란하지요. 

 사실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소련이 중국 문제(소련은 중화민국이 아닌 중화인민공화국을 정식 정부로 승인) 문제로 국제연합에 불참한 상태(탈퇴가 아닙니다.)였기 때문입니다. 즉 기권표 처리된 거죠. 기권은 보통 동의로 간주하는게 국제연합의 관례고요. 결론적으로 이거 헛다리 제대로 짚은 겁니다.

3.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의 희생을 최소화시키려고 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분명 그건 맞습니다. 근데 미국이 그 허접한 스미스 특임대를 1차로 보낸 건.... 북한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너무 몰랐습니다. 미국은 조금 과장해서 자신들이 상대하는 북한군이 '태평양 전쟁 당시 반자이 돌격 하다 산화당한 일본군' 수준, 혹은 그 이하로 봤습니다. 자기들이 나타나면 모두 겁에 질려서 도망갈 줄 알았던 겁니다. 실제로 준비가 개판이긴 했습니다. 악기까지 챙겨갔으니... 뭐 애당초 제대로 준비했다고 해도 당시 미국의 대전차무기도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꽤나 허접한 수준이라 어느정도 준비했다고 해도, 제대로 막아낼 수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그리고 그걸 떠나서 해당 주장은 마치 진주만 음모론을 연상하게 합니다. 진주만 음모론도 대충 비슷한 요지였죠. 전후 사정을 모르면 저런 말도 튀어나오는 법입니다. 

4. 북한에 사전경고를 하지 않았다라.... 솔직히 김일성이랑 박헌영이가 오판한 겁니다. 박헌영은 서울만 점령하면 남로당원들이 봉기해서 다 뒤엎을 거라고 주장하고 다녔고, 김일성은 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신속하게 처리하면 미국이 개입할 틈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다 애치슨 선에 대해서도 잘못 파악하고 있었고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애치슨 선에 대해 언급하자면, 애치슨 선은, 그 선 바깥에 있다고 해서 그 나라를 버리겠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나라들은 약간의 경제적 지원을 해주면, 알아서 막을 수 있으며, 미국은 단지 공군력으로만 도와줘도 그 나라를 방어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 이런 것이었습니다.  결코 한국을 포기한다 이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한반도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지역이고, 오히려 유럽에 관심이 많았던 미국으로써는 계속 한반도쪽에만 신경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결코 포기한 건 아니었는데, 북한이 오판을 한 거였습니다.

 아 덤으로, 미국의 국제 사회 영향력 강화 이야기도 있던데 말입니다. 어차피 냉전은 기정 사실이었고, 이미 베를린 봉쇄까지 벌어졌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 중국에서 이미 충돌도 벌어졌고, 공산주의의 확대를 막겠다고 북대서양 조약 기구, 즉 나토가 이미 이 무렵에 창설되었습니다. 어차피 서유럽 국가들도 소련의 공포 앞에서 미국 중심으로 똘똘 뭉치던 상황이고, 어차피 제 코가 석자였던 상황이라 미국에게 큰 소리 내기도 힘들었습니다.(굳이 따져도 국력이 좀 되는게 영국이나 프랑스인데, 영국은 식민지들이 줄줄이 독립하면서 이미 지는 해 확정이고 프랑스는 베트남, 나중에는 알제리란 수렁에 빠졌습니다.)

  참고로 해당 블로그는 일단 남침유도설 주장을 단순히 설명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근데 단순 설명만 할 뿔이라면서 '미국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나라입니다.'란 서술은 왜 등장할까요? 이런 말을 일일이 덧글로 달 필요는 없었다는 점에서 남침유도설 신봉이 강하게 의심됩니다. 사실 해당 블로그에서는 '남침유도설'이 아닌 '남침유도론'이라고 되어있는 것도 그렇고, 주요 6.25 서적에 다 등장한다고 되어있던데 참고자료 문의에 대한 대답으로 밝힌 책들 저자는 이희진, 강준만, 브루스 커밍스(사실 브루스는 교전확대설입니다만) 등등이고... 상당히 많이 의심됩니다. 

추신 1. 사실 제가 현대사 전문이 아니라 좀 부족합니다. 그 부분은 아마 누군가의 친구님이 잘 보충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ㅎㅎ


덧글

  • 지나가던과객 2014/12/23 22:41 # 삭제

    1번이야 어느 정치가가 미치지 않고서 전쟁 끝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또 전쟁하겠다고 할까요.

    음모론은 골방 애송이들이나 만드는 것이거늘........
  • 로자노프 2014/12/24 00:19 #

    옳으신 말씀입니다.
  • 유에Yue 2014/12/23 22:54 #

    3. 진주만 음모론은 이미 지 블로그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책에선 루시타니아 호 격침도 미국이 유도했다고 하고 말이죠.
  • 로자노프 2014/12/24 00:20 #

    음... 혹시 지금 제 글에서 말한 블로그랑 칼날박사 블로그를 혼동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지금 까는 건 칼날박사의 글이 아닙니다만(해당 글이 주요 근거로 이희진의 책을 사용하긴 했지만)
  • 유에Yue 2014/12/24 06:44 #

    '여기서 가끔 언급한 네이버의 모 블로그에서 남침유도설을 이야기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

    ...어이쿠, 이건 제 난독이네요 -_- 아! 내가 바보다!
  • 로자노프 2014/12/24 10:23 #

    아. 네이버는 유에님이 처음 덧글 단 이후에 추가했습니다. 어째 헷갈리는 사람이 좀 많은 것 같아서요. 오독은 아닙니다... 나중에 추가된 거니까요.
  • 정호찬 2014/12/23 23:01 #

    양질의 포스팅이지만 어차피 안보여안들려를 시전할 게 분명합니다(그게 먹힐 인간이었으면 그 사단도 안나지)
  • 로자노프 2014/12/24 00:21 #

    뭐 동감입니다. 제가 까는 네이버 블로그의 그 놈은 아예 검색 능력도 딸리는 것 같습니다만.
  • 위장효과 2014/12/23 23:10 #

    보론 요구한 부분들, 이미 숱한 유저들이 다 채워놨지만 어느 분은 그거 전부 무시했지요. 오덕이니 넷잉여니 뭐니 하면서 사람 팍팍 무시하고.
  • 로자노프 2014/12/24 00:22 #

    음............ 유에님과 같은 의문이 드네요. 혹시 지금 제 글에서 말한 블로그랑 칼날박사 블로그 착각하신 것 같네요...
  • 위장효과 2014/12/24 00:36 #

    아...알고도 그렇게 쓴 겁니다. 이글루스가 한국 인터넷에서는 변방이긴 하지만 그 토론의 홍수속에서 꽤나 많은 반론-그것도 각종 자료에 입각해서 쓰여진-들이 나왔었고 그거 검색 조금만 공들여서 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데도 굳이 안 찾았다는 점에서 해당 블로거-ㅁ...맞죠-를 까면서 동시에 칼날교수님 당시 행태도 같이 곁들여서 까고...뭐 그런 겁니다^^.
  • 로자노프 2014/12/24 10:23 #

    아. 그렇군요.
  • 2014/12/24 01:5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2/24 10:2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슈타인호프 2014/12/24 04:45 #

    그거 까는 게 한 1년 갔던가....그 후 그 이글루는 아무도 까지 않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
  • 로자노프 2014/12/24 10:24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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