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접근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공작의 잡담 테이블

 뭐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생각 풀이일 뿐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요즘 좀 느끼는 것이 영 학계의 지식과 일반 대중들의 생각이 좀 심하게 유리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될 것이 있는데 그 중에서 두 가지 정도만 대강 언급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이런 학계의 지식과 대중들의 생각이 유리되는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하고 싶은 건 학계가 대중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냐는 것입니다. 일단 저는 역사학계 상황만 좀 아는 편이니까 이것만으로 예를 들겠습니다. 혹시 과학계나 기타 일반 인문학계가 어떤지는 아시는 분이 계신다면 덧글로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역사학계를 예로 들 경우 학계가 확실히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자세가 있나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분명 연구 성과나 이런 건 나오고 있는데 이게 대중들한테 거의 전달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는... 잘 아시겠지만 이덕일이라던지 기타 유사역사학 관련 서적들이 대중 역사서라며 아주 불티나게 잘 팔리는 그런 상황이 도래했지요. 근데 학계는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알아도 의지가 없는 건지 조용하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는 대중들과 학계간의 격차만 벌릴 뿐이지요. 학계가 제대로 전달을 안 하는데 대중들로써는 쉽게 접근하는 이덕일 등의 주장에 쉽게 귀를 기울이겠지요.

 물론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어디까지나 소수... 기껏해야 오항녕 교수 정도?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이런 문제에서 그나마 역사 관련 문제로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몰라도 역사학 계열보다는 의외로 국문학 계열에서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번역. 사실 한국이 영어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편이긴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한글로 된 글이 영어로 된 글보다 더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건 아주 당연할 것입니다. 사실 이건 대중과의 소통 문제 뿐만이 아니라 학계 자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도올 선생도 이걸 꽤나 중요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로 알고 있고 성우 구자형씨도 비슷한 입장을 트위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만(다만 이 분의 경우 본업이 성우니 결국 주 내용은 더빙인걸로 압니다.) 서구권 학계와 한국 학계의 격차 등을 생각할 때 번역은 필요한 작업입니다.

 당장 한국 서양사 관련 서적들 볼까요? 십자군 전쟁은 꽤나 많이 나온 편입니다만 100년 전쟁 관련된 책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나마 프랑스사나 영국사 관련 서적에서 좀 다루죠? 30년 전쟁은 작년에 휴머니스트에서 출판한 한 권이 전부. 7년 전쟁 제대로 다룬 책이 있던가? 크림 전쟁은? 하여튼 언급하면 끝도 없겠군요. 서양사가 이럴 지경이나 다른 지역 역사학이 얼마나 처참한지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다른 인문학계 사정도 꽤나 비슷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게 역사학 쪽일 뿐이지만 다른 데 사정도 처참한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필연적이겠지만 번역 작업의 활성화입니다. 번역에 대한 대우도 높여주고 출판사나 언론사들도 이런 외국의 양서들을 번역, 출판, 홍보하는데 좀 더 관심을 기울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식이 좀 좋지 않은 경향이 있는 걸로 압니다만 그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번역된 서적들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홍보를 비롯 온갖 노력을 다해야 될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언급하고 넘어갈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오역. 만화계에서도 간혹 오역 문제가 대두되는 걸로 압니다만(대표적으로 오경화...) 사실 인문계 서적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언급하자면 끝도 없죠. 분명 인물이나 지명이 독일식이나 이탈리아식, 프랑스식 발음으로 표기되야 하는데 정작 영어 발음으로 표기된 경우야 말할 필요도 없고 그 외에도 온갖 오역이 넘쳐나는게 이 바닥 현실입니다. 물론 제대로 된 번역 서적도 많은 것 알고 있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차라리 번역서보다 원서가 더 이해하기 쉬울 지도 모르겠군 할 정도의 발번역 서적들도 있고...

 이런 경우에 대한 예방도 필요할 것입니다. 사실상 이런 상황이 나오는 원인 중 하나가 대학원생들 잔뜩 동원해서 번역시키는 이런 행태와 관계가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고, 근본적으로 오역을 줄이고, 제대로 된 번역을 하기 위한 체계를 출판사나 번역을 할 교수 및 번역가들이 만들어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이 바닥 오역 문제가 너무 목숨 걸 정도는 아니더라도 분명 상당히 문제가 있으니까 체계 마련이 시급합니다.

 뭐 그리고 이건 기타 여담인데 학술 용어가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감이 간혹 있습니다. 적어도 대중서에서는 이런 학술 용어를 일상어나 이해하기 쉬운 순 우리말이나 간단한 한자어로 풀어쓰거나, 아니면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주던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문제가 더 있을 것입니다만... 그냥 간단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므로 글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덧글

  • Mr 스노우 2012/04/03 23:22 #

    제가 보기에는 단순히 대중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이상인 것 같습니다. 일단 저도 학회에 나가고 학회에서 일도 하고 있지만, 선생님들 중에 대중적인 역사서를 써야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은 많습니다. 실제로 그런 시도들도 계속 이루어지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선생님들은 대학원때부터 지금까지 논문 쓰는게 일상처럼 된 분들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쉽게 써본다고 노력을 해도 나오는 결과물은 결국 논문같은 딱딱한 글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학회 참석했을때도 "쉽게 쓴다고 써봤는데, 써놓고보니까 또 논문이 되버렸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academic writing하고는 별개로 일반대중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쓸 수 있는 글재주도 누구나 갖고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보다 더 심한 문제는 한국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대학 운영이 기업처럼 되버리고, CEO 총장이 각광을 받고 하다보니까 대학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중시하는 구조가 되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책보다는 당장 학술지에 등재되고, 대학평가에 영향을 주는 논문을 요구하게 됩니다. 아마 1년에 논문 몇편 이렇게 정해놓은데도 많을겁니다. 그런데 강의 하면서 1년에 2편정도의 논문을 쓰라는거는 단행본을 쓰지 말라는 뜻과 같습니다 -_-;

    뭐 대략 이런 상황입니다. 단지 대중과 소통하려는 의지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 로자노프 2012/04/03 23:33 #

    이건 그냥 완전히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된다는 결론이 되어버리는군요.........
  • hyjoon 2012/04/03 23:25 #

    사실 이건 위에 스노우님이 쓰신 사항도 있습니다. 당장 대중서 1권 보다는 논문 1편을 쓰는게 실적에 더 도움이 되는지라........-_-;(이런 현실을 생각해 보면 대중서와 논문을 같이 쏟아내는 임용한 교수님이나 송호정 교수님 같은 분들의 근성이 무서워집니다. ㄷㄷㄷ)
  • 로자노프 2012/04/03 23:33 #

    ............
  • 슈타인호프 2012/04/03 23:28 #

    대중서를 내서 팔리느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 로자노프 2012/04/03 23:33 #

    하긴 그렇기는 합니다만... 이벤트성으로 이덕일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식이면 좀 팔리지 않을까 하는 망상도 해봅니다. 물론 이건 조선사나 고대사 한정이 되겠지만
  • RuBisCO 2012/04/03 23:31 #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쪽으로 나서는 분들이 많은 편인 과학쪽도 결과가 신통찮은거 보면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기초적인 밑바탕들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 로자노프 2012/04/03 23:34 #

    흠... 약간 차이는 있겠지만 스노우님의 글과 연동해볼 때 아예 교육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사안이군요.
  • 셔먼 2012/04/03 23:38 #

    윗분들의 덧글을 읽어보니 기업화된 한국 대학의 실적위주 연구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군요.;;
  • 로자노프 2012/04/03 23:45 #

    뭐... 아무래도 그 문제는 심각하긴 하죠. 다방면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 모에시아 총독 2012/04/04 00:15 #

    저도 늘상 궁금했던 사항이었는데 시노우님의 말씀에 많은것을 배울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대학의 기업화가 생각보다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것같아서 안타깝네요.
  • 로자노프 2012/04/04 00:17 #

    뭐 그거야...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이기는 한데... 씁쓸할 뿐입니다.
  • 초록불 2012/04/04 01:21 #

    문제는... 시스템이나 이런 게 아니고...

    교수님들에게 글쓰기 강의를 듣게 해야 하는 거지요. 그냥 그걸로 해결됩니다.
  • 로자노프 2012/04/04 10:55 #

    글쓰기 강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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